박소정 (2022). <미백: 피부색의 문화정치>. 서울: 컬처룩.
Park, S. (2022). Mibaek: The Cultural Politics of Skin Color. Seoul: Culturelook. [in Korean]

I turned my doctoral dissertation into a book. This book aims to provide a decolonial interpretation of ‘mibaek (미백 / 美白)’, or skin-whitening culture of South Korea. Eurocentric discourses have interpreted skin-whitening practices of colored people as white envy, mimicry, the negation of self-identity, or a form of pathological aesthetics. Refuting this hegemonic discourse and mobilizing a de-imperialized, posthuman, and affective framework of the Deleuzian philosophy, I analyzed ‘mibaek assemblage’ which is an intricate network of people, technologies, desires, and affects.
You can find more details here.
The book was honored as a Distinguished Scholarly Book in 2022 by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Republic of Korea. It has also been shortlisted for the 2023 ICAS Book Prize. You can watch my interview here.
The book was featured in major daily newspapers including 경향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연합뉴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강사신문
Additionally, the content of this book has been cited in various media outlets including 중앙일보(1), 중앙일보(2), 한겨레
머리말
미백 또는 피부색을 연구한다고 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은 열에 아홉이 반문의 형태다. “미백? 그 미백?” 정말로 미백이 연구의 대상이 되는 건지, 그게 어떻게 연구 가치가 있는지 의아해하거나 궁금해한다. 이것이 재미있는 주제일 뿐 아니라 중요한 주제임을 그들이 납득하기까지 조금 더 대화가 필요하다. 흰 피부에 대한 선호는 당연한 것 아니냐거나 미백이라는 것이 사실상 서구의 미의 기준을 받아들인 것일 뿐 아니냐는 질문이 돌아올 때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연구 당시 인터뷰할 때 만난 이들도 마냥 신기해하거나 자신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 주길 바라는 건지 혼란스러워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미백이 그저 말 그대로 ‘표피’의 문제를 넘어서는 현상이라는 점은 한국 영토 밖으로 나갔을 때 오히려 공감을 얻곤 한다. 인종을 둘러싼 갈등의 역사와 현실을 경험하고 있는 북미 및 서유럽 권역 거주자들이나 동남아시아와 같이 다민족으로 구성된 유색인 사회의 학자들은 미백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 내 연구를 주저 없이 인종, 종족, 식민주의의 맥락 속으로 위치시킨다. 물론 그들의 생각이 나의 주장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연구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이해는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단일 민족의 신화를 벼려 온 한국 사회에서 피부색이 갖는 무게는 다인종 사회에서 피부색을 언급할 때와는 매우 다르다.
그 논의의 무게감을 획득하고자 하는 전략으로서 이 책은 들뢰즈주의 철학의 개념들에 의존한다. 미백은 한정된 시공간에서 집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텍스트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 영역에 편재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매개된다. 미백은 텔레비전 속 스타의 피부에서, 나의 화장대 위에서, 친구들과 찍은 셀카에서, 미모에 대한 칭찬의 말 속에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미백은 큰 사건 단위의 무게감을 지니기보다는 곳곳에 흩어진 미세한 무게로서 존재한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제시한 ‘배치’라는 개념은 이처럼 산발적으로 흩어져 여러 물질적・비물질적 형태로 존재하는 요소들을 한데 묶으면서도 그 역동성을 제한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미백을 하나의 배치로 가정하고 들여다본다. 그 배치 속 요소요소에서 미백은 탈식민적 힘을 생성해 내거나 반대로 새로운 제국주의적 지층을 구축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의 가치를 복잡한 이론적 개념보다는 실천적 차원에서 찾아주기를 바란다. 코로나19를 통해 아시아인 혐오가 더욱 가시화되고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혐오 범죄에 한인들이 희생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한국에서도 인종 차별 및 백인중심주의에 대항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명시적 폭력에 규탄의 슬로건을 내거는 것은 의심 없이 이루어지는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 의식 속 백인중심주의와 완전히 결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종종 선진국 백인 사회를 우월한 무언가로 위치시키고, 한국이 그들의 시선 속에서 인정받는 국가가 될 때 보람을 느낀다. 지난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백인의 권력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알게 모르게 작동한다. 2021년 미국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백인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맞이했고, 이에 벌써 ‘백인의 소수 인종화’가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다. 아직은 이러한 인구 변화가 가져올 효과를 판단하기 조심스럽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한 변화를 우리의 사고방식에 적용해 보자는 것이다. 즉 백인을 준거점에 놓음으로써 그들에게 패권을 쥐여 주는 사고에서 벗어나 보자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 패권이란 백인만의 전유물이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간혹 ‘한국 사회 속 숨어 있는 인종 차별’과 같은 기사 헤드라인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인종 차별은 숨어 있지 않다. 오히려 다소 적나라한 양태로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인종과 관련한 문제라고 여기지 않기에 인종 문제가 숨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책이 다루는 피부색의 문제가 바로 그렇다. 한국에서는 ‘깜디’라는 별명이 공공연히 통용되고, 텔레비전을 켜면 획일화된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이러한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한국 사회에 다가가는 것을 막는 장벽이 된다. 전 지구적 인구 이동의 흐름 속에서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다문화를 미래적 가치를 담은 단어로만 사용하면서 현실 속 크고 작은 인종적・문화적 장벽을 성찰하지 못한 채 이질적 외모를 지닌 이를 ‘다른 존재’로 여기고 있다. 한류 드라마를 보고 부푼 환상을 안고 한국에 여행이나 유학을 왔다가 인종 차별을 경험했다는 동남아시아인의 경험담을 여러 차례 들은 바 있다. 백인의 패권에 목소리를 내는 한국인과 자신보다 더 어두운 피부색을 지닌 유색인을 하대하는 한국인은 서로 별개의 인물일까?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